공짜 점심은 없다.

의혹을 팝니다Marchant of Doubt⟫ 中..

거대한 만찬장을 한번 상상해보자. 수억 명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러 온다. 사람들은 마음껏 먹고 마신다. 고대 아테네나 로마, 또는 심지어 중세 유럽의 궁정에 차려진 최고의 식탁보다도 더 훌륭한 음식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남자가 흰 턱시도 차림으로 나타난다. 남자가 계산서를 들고 왔다고 말하자 당연하게도 손님들은 충격에 빠진다. 어떤 이들은 그건 자기 계산서가 아니라고 부정하기 시작한다. 다른 이들은 계산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또 다른 이들은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잡아뗀다. 어느 손님은 그 남자가 실은 웨이터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 자기 계획을 위해 돈을 모금하려고 할 뿐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손님들은 웨이터를 그냥 무시해버리면 알아서 사라질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오늘날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우리는 바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0년 동안 산업 문명은 화석 연료에 저장된 에너지로 만찬을 즐겼고 이제 계산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만찬 테이블에 앉아서 그건 우리 계산서가 아니라고 잡아떼며 계산서를 가져온 사람의 신뢰성에 의혹을 제기한다. 경제학자들은 종종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이 맞다.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번영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마음껏 잔치를 즐겼다. 그러나 그 점심은 공짜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그게 만찬이라는 걸 알지 못했고, 계산서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제 우리는 안다. 계산서에는 산성비와 오존홀, DDT로 인한 피해도 들어 있다. 이것은 모두 산업 혁명 이래 부유한 선진국 시민들이 영위해온 생활 방식이 낳은 환경 비용이다. 이제 우리는 값을 치르든가 경제 운영 방식을 바꾸든가, 둘 다를 해야 한다. 의심을 부추기는 상인들이 성공을 거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계산서를 놓고 옥신각신하면서 웨이터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는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담배와 산성비, 오존홀 등의 문제에 대해 과학적 결론이 난 뒤에도 한참 뒤에야 행동을 한 사실은 의심을 부추기는 활동이 효과를 발휘한 명백한 경험적 증거로 일단 볼 수 있다. 그러나 결정 이론decision theory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로널드 기어Ronald Giere와 존 비클John Bickle, 로버트 몰던Robert Mauldin은 교과서적인 저서 『과학적 추론의 이해Understanding Scientific Reasoning』 에서 합리적 결정 이론을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들에 따르면, 만약 당신의 지식이 불확실하다면 최선의 선택은 대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면 경제·시간 비용과 기회비용 등의 비용이 발생하며, 미래의 수익으로 이런 비용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는게 최선이다. 게다가 미래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행동하는 경우에 대개 현재의 이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불확실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 확실한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흡연이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단지 즐거움을 준다는 것만 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분명 담배를 피우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1960년대에 수백만 미국인들이 그랬다. 불확실성은 현상 유지 쪽의 손을 들어준다. 기어와 그 동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큰 이득을 누리는 이들이 과학자들 사이의 논쟁과 계속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게 뭐가 이상한가?”

기어와 동료들의 결론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문제가 제시되는 방식을 바꾸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온난화로 이어지고 뭔가를 하면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미 확고한 결심을 한 이들은 어떤 증거도 부정할 수 있으며, 또 미래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증명 할 수 없다. 그저 두고보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질문이 생겨난다. 왜 우리는 처음부터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기대하는 걸까?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의심을 부추긴 것은 결정 이론의 도움을 받든 받지 않든 간에 그런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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