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netic pendulum — 자석이 만든 카오스 (1)

magnetic pendulum자석이 만든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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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노랑/파랑이 물감처럼 뒤섞여 있는 이 이미지는 자석과 진자의 물리시스템이 만든 카오스 지도이다. 규칙은 매우 단순하다 :

바닥에 빨강/노랑/파랑으로 칠한 세 개의 자석을 삼각형으로 놓고, 그 위에 금속 진자를 매단다. 줄은 느슨해지지 않게 하면서 진자를 일정 높이까지 올려 손으로 가만 잡고 있다가 어느 순간 놓는다고 해보자. 만약 바닥면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추는 그저 앞뒤로 단조로운 왕복 운동을 하겠지만, 자석이 추를 잡아당기기 때문에 궤적은 이리저리 요동치게 된다. 그러면서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진자는 에너지를 잃고, 결국엔 3개의 자석 중 어느 하나의 인력에 이끌린 상태로 정지하게 된다.

이러한 실험을 초기조건을 달리하면서 반복 수행하면 어떻게 될까? 진자의 초기위치를 아래 평면에 정사영시키면 한 점이 찍힐 텐데, 그 점에 최종 안정점에 해당하는 자석의 색깔을 칠해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위 그림[2]에 서로 다른 세 출발점에 대한 예시를 그려놓았다. 각 점에서 출발한 진자는 서로 다른 자석에 이끌려 멈추는데, 그 자석의 색깔을 출발점의 색깔로 삼았다. 이러한 규칙을 다른 모든 출발점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각각의 자석 근처에서 운동을 시작한 진자들은 가장 가까운 자석으로 향하며 비교적 넓은 영역에서 하나의 색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초기 진폭이 크면 클수록 3개의 색깔은 마치 물감이 섞이듯 서로 뒤섞인다. 진폭이 큰 경우에도 하나의 색이 넓은 영역을 점유할 때도 있지만, 그들의 경계를 보면 여러 개의 색이 조밀하게 섞여있음이 보인다. 그리고 위 그림의 정중앙 지점과 각각의 자석을 동시에 통과하는 세 개의 직선 위에서는 3개의 색이 아주 복잡하게 섞인다 :

즉, 우리의 자석 진자magnetic pendulum 시스템의 특정 영역에서는 진자의 위치가 아주 미세하게 변해도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가 다음과 같은 멋진 말로 설명한 ‘카오스chaos’라는 현상이다 :

❝현재는 미래를 결정짓지만,
근사적인 현재는 근사적인 미래를 결정짓지 않는다.❞

아마도 사무실에 자석 진자가 하나쯤 있다면, 사다리 타기 같은 것 대신 훨씬 더 신선하고 역동적인 랜덤게임이 가능할 것 같다.

위 확대영상 마지막 장면의 배율은 $2^{15}$배이다. 만약 자석 간 거리가 10cm였다면, 마지막 장면의 가로 길이는 대략 20um 정도 된다. 하지만 진정한 랜덤게임을 원한다면, 이 정도론 만족 못할 수도 있겠다. 과연 위 애니메이션에서 확대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색 간 경계가 분명해지는 시점이 올까? : 

지금 여기서 마지막 장면의 배율은 $2^{72}$이다. 자석 간 거리가 10 cm였다면 이 애니메이션 마지막 장면의 가로길이는 약 $10^{-22}$m로, 무려 양성자 크기보다 천만 배가량 작다. 나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확대를 해보려고 여기까지 해 봤는데, 더 이상은 시도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더 해도 정확한 경계가 나오진 않을 것 같다.

내가 이 주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어떤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그건 마치 80 또는 90년대 즈음 만들어졌을 법한 올드한 영상이어서, 나는 자석 진자라는 주제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충분히 연구된 주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테트레이션이 생각보다 덜 연구된 주제란 걸 알게 된 것처럼, 자석 진자 또한 신기하긴 하지만 충분히 연구된 주제는 아닌 것 같다. 아직 위키피디아엔 관련문서도 없는 상황이다[1]. 그런 시스템에 대한 분석이 ‘Doubly Transient Chaos’라는 이름으로 2013년에 PRL에 발표된 적이 있는데, 이런 걸 보면 자석 진자가 보이는 카오스 현상에 대한 근원적 이해는 이제 막 시작된 수준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나는 이번 기회에 자석 진자에 대한 몇 가지 변수를 이리저리 바꿔보며 실험해보았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다 :

검은 점으로 자석 중심을 표시한 자기 진자의 세 색 끌림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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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위치가 달라진다면?

자석 위치, 자력, 초기속도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각 제목 다음에 스크롤하면 변화 영상이 정지 구간을 포함해 두 배 속도로 자동 재생됩니다. 세 개의 선은 각 실험의 진행률입니다. 앞의 두 실험은 안내가 나타나면 다시 스크롤하여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다음 제목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초기속도 영상은 끝까지 재생되며, 이후 스크롤하면 본문으로 이어집니다.

자석 위치, 자력, 초기속도 변화 영상은 자바스크립트를 켜면 볼 수 있습니다.

사과의 낙하와 달의 공전이 근원적으로 같은 운동이듯, 물리법칙은 시야를 극단적으로 넓혀도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 카오스 현상도 그렇다.

자석이 쇠진자에 인력을 발휘하듯, 거대한 질량을 가진 별이나 행성 또한 주위의 다른 질량에 인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가장 간단하게 지구-달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

달은 지구의 인력으로 인해 대략 한 달에 한 번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위의 그림[1]은 그것을 우주 밖에서 달과 함께 빙글빙글 돌면서 본 그림이다. 즉, 그림[1]에서 달은 항상 가로축 상에 고정되어있다.

이런 비관성계에서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려면 거리에 비례하는 ‘원심력遠心力, centrifugal force’이라는 힘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달은 지구의 인력을 받고 있음에도 지구 쪽으로 떨어지지 않고 정지해 있다. 따라서 이런 좌표계에서 뉴턴의 운동법칙에 맞는 기술을 하기 위해서는 바깥쪽을 향하는 가짜힘을 도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림[1]에서 볼 때 각 점에서 어떤 작은 물체가 정지상태에서 운동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작은 물체’라 함은, 질량이 충분히 작아서 그것이 내는 중력은 지구나 달의 그것에 비해 무시할 만하다는 뜻이다. 이때 물체의 운동은 오직 지구와 달의 중력, 그리고 회전좌표계로 인해 생기는 원심력과 코리올리 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다섯 개의 점을 선정하였다. 가장 왼쪽과 오른쪽의 빨간색과 파란색 점은 지구-달 시스템으로부터 바깥쪽으로 던져지는 궤도라는 뜻이다. 대략 지구-달 거리의 10배쯤 되는 큰 원을 그려놓고, 그 원을 왼쪽 방향으로 지나면 파란색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지나면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초록색과 노란색은, 거기서 출발한 물체는 각각 지구와 달로 추락한다는 뜻이다. 검은색은 그 네 가지 부류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이 시뮬레이션을 1년을 기한으로 잡고 돌렸다. 즉, 어떤 점에 검은색이 찍혔다는 뜻은, 그동안 지구나 달로 추락하지도 않았고 그림[2]에 보이는 큰 원을 지나며 멀리 내던져지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이들 중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 지나면 어딘가로 추락하거나 멀리 내던져질 수도 있다.

과연 이런 기준으로 각 초기조건의 운명을 색깔로 표지하면 어떤 형태가 나올까? — 아래 이미지들이 그 결과이다 : 

가만 고정되어있는 자석 주변의 작은 미동에도 예측할 수 없는 카오스가 생겼듯, 지구와 달을 가만 고정시키고 그 주변의 운동을 살폈더니 카오스가 나타났다. 지구-달 거리에 있는 원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에는 노랑/빨강/파랑/검정이 아주 복잡하게 뒤얽혀있다. 즉, 달 공전궤도 주변에서 시작된 운동은 대부분 예측이 어렵다. 출발지점이 조금만 달라도 달로 추락할 수도,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 수도 또는 안정된 궤도를 돌 수도 있는 것이다.

달 공전궤도 상에 보면, 대략 달로부터 $\pm$60도 정도 떨어진 지점에 검은색의 기다란 안정지대가 있다. 이 두 개의 안정지점이 바로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ian point이다 —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한된 삼체문제restricted three-body problem에는 $L_1$부터 $L_5$까지 총 다섯 개의 평형점이 있는데, 방금 언급한 것은 그중 $L_4$와 $L_5$이다. 이들의 포텐셜 형태는 언덕 정상과 같은 불안정한 형태의 극점이지만, $L_4$와 $L_5$에 대해서는 속도에 의존하는 코리올리 힘Coriolis force이 작용하여 ‘올챙이 궤도tadpole orbit’라 불리는 진동하는 형태의 안정적인 궤도가 형성될 수 있다.

지구-달 시스템에선 $L_4$와 $L_5$ 자리에서 발견된 소행성은 없다. 대신 관측상 극히 미세하게 보이는 우주먼지 구름인 ‘코르딜레프스키 구름Kordylewski cloud’이 존재한다. 폴란드 천문학자 코르딜레프스키는 지구-달 시스템에 대한 $L_5$ 지역에서 육안으로 희미한 구름을 보았다고 주장하고 사진도 찍었지만, 그것은 이후의 시도에서 일관되게 관측되진 않아 존재 여부가 논란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던 2018년, 헝가리의 한 연구팀은 빛의 편광을 이용하여 $L_5$ 자리의 우주먼지 구름의 존재를 실증했고, $L_4$ 자리의 구름은 2022년에 관측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 주변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단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 인류가 우주에서 탐사하지 못한 지대가 얼마나 넓은지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태양-지구의 $L_4$와 $L_5$ 자리에선 두 개의 소행성 2010 TK7과 2020 XL5가 있고, 그 지대에 있을지도 모를 다른 소행성들을 ‘지구 트로야 소행성Earth Trojans’이라 부른다. 단연코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트로야 군단’을 거느리는 천체는 목성이다. 태양-목성의 $L_4$, $L_5$ 주변에는 발견된 것만 쳐서 1만 5천 개 이상의 소행성이 있다 : 

나는 오래전부터 자석진자 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느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그 신비는 훨씬 더 다채로웠고, 그래서 공부하고 탐구할 것들이 참 많이 보인다. 아마도 관련한 포스팅을 최소 하나 정도는 더 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토대로 유튜브 영상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1. ‘Simple English Wikipedia’라는 데엔 한 문단짜리 짧은 문서로 있다 :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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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Elpie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