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ASMR’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지금껏 the empty park 채널에 3편의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나는 이 컨텐츠가 여러모로 좋다 느꼈다. DMT PARK에선 영상 하나하나를 기획하고 만드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강의 ASMR은 그 모든 과정이 비교적 간소해 보였다. 그래서 강의 ASMR 영상은 다른 작업과 개인적인 공부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주기적으로 낼 수 있을것 같았다. 또 누군가는 그 영상을 강의처럼, 다른 누군가는 자장가 처럼 들을텐데, 그런 영상을 만드는 나 자신도 즐겁고 시청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을것 같았다1.
그런 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상대론적 상대속도 공식을 유도했던 첫번째 영상이었다. 아마 그 설명은 촬영전 일주일여 동안 2-3번 정도 짧게짧게 시간을 내어 준비했던걸로 기억한다. 애초부터 ASMR 영상을 염두에 두고 그런 내용을 기획 했던건 아니다. 그저 DMT PARK 영상을 기획하던 중에 그려진 한줄기의 스토리 라인을 똑 따와서 만든것이다. 촬영도 비교적 간단했다. 그저 첫 take에선 설명 중 실수가 있었고, 두번째 take 까지 가야했을 뿐이다.
아마 나는 은연중에 두번째 제작은 첫번째 보다 쉬울거라 생각했던것 같다. 하지만 현실을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두번째 강의 ASMR 영상인 로렌츠 변환 유도는 설명의 흐름을 수없이 고쳐야 했다. 촬영도 한두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설명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아서, 또는 말이 삼천포로 빠지거나 횡설수설이어서 수없이 촬영을 중단했다. 그것도 벌써 1년이 훌쩍지난 일이라 정확히 몇 take를 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10번 정도는 갔었던것 같다2.
좋은 설명은 쉽게 나오지 않고, 그걸 표현하는것도 쉽지가 않다. 기획자와 배우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하는데, 경험이 부족한 나로썬 그런 비교적 가벼운 강의 같은것도 부드럽게 뽑아내는것이 참 어려웠다. 그래서 강의 ASMR은, 내게 있어선 그런 과정을 공부하고 연습하는 일종의 훈련과도 같았다. 세번째 테일러 급수 영상을 만든 후에도 강의 ASMR을 최대한 많이 만들 생각으로 준비하고 촬영했다 :
아마 3-4가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시도했었던것 같고, take를 다 합하면 50번은 넘게 갔던것 같다. 하지만 단 한번도 촬영을 완료하지 못했다. 어떤 영상은 하다보니 1-2시간 동안 가볍게 설명 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서3, 어떤 영상은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떤 영상은 말이 부드럽게 나오지 않아서 ・・・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촬영을 하다가 다시 기획하기도, 또 같은 촬영을 여러번 반복하기도 했다. 결국은 당분간 강의 ASMR 컨텐츠를 중단하기로 했다.
적어도 2026년 한해 동안에는, 주로 DMT PARK 영상이나 개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강의 영상을 만드는데 힘쓸 계획이다4. 그렇게 하면서 강의실력과 말솜씨가 충분히 늘면, 강의 ASMR은 아마 그때 다시 시작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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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ASMR이 마치 ‘조용한 소리’와 동의어 처럼 쓰이는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나는 ambient sound를 좋아한다. 영화에서는 대단히 좋은 샷건 마이크로 배우 주변 소리를 수음하는데, 나는 그런 중에 포착된 걷는 발소리/소파에 앉는 소리/뭔가 만지는 소리 등의 미세한 소리에서 소위 말하는 ‘팅글’을 느낀다. 그러니까, 강의 ASMR은 진지하게 그런 ASMR 본연의 목적을 위한 면도 분명히 있다.[^]
- 사실 공개된 영상을 촬영하고 한두번정도 더 촬영을 했다. 고정댓글에 써놓은 오류가 꽤나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시간이 넘는 시간 속에서 그때와 같은 텐션이 다시 나오질 않았고, 결국 오류는 고정댓글로 해소하는 방향을 택했다.[^]
-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나는 거리역제곱 힘이 정확히 타원궤도를 낳는다는 사실 ⎯ 그러니까, 케플러 문제를 순수하게 수학적으로 접근하면 두어시간만에 설명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헌데 그러려면 최소작용의 원리나 라그랑지안 그리고 보존량 같은 것들을 설명해야 하는데, 아무리 논리를 간소화해도 그것들을 한호흡에 설명 할 순 없었다. 헌데 그런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논리의 흐름이 잡히기 시작했고, 나는 이것을 한 4-5강 정도의 강의로 만들면 대단히 유익하고 재미있는 무언가가 나올거란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빠르면 올해 안에 나올 수도 있을텐데, 나 또한 기다리시는 많은 분들 못지않게 그런 컨텐츠를 빨리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 사실 이 계획은 2025년 시작 때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4월부터 대략 3달정도 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감기몸살 증상을 겪으며 크게 아팟고, 회복 이후 한시간 짜리 기후영상을 하나 만들고나니 2025년이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