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반사 지구실험은 언제까지 지속될것인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단연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다. 이젠 ‘인간은 작고 자연은 거대하다’는 주문을 외며 CO2 농도증가의 원인이 다른 어딘가에 있을거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동위원소 따위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없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지상과 위성의 관측데이터를 통해 고해상도 이산화탄소 배출지도를 전지구 대상으로 그려낸다. 인간은 지구온도를 1도 이상 올렸고, 21세기를 사는 인간은 자연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1.

헌데 기후과학을 공부하며 알게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CO2는 지구를 덥히는데 반해 SO2는 지구를 식힌다는 것이었다 — 그것도 아주 많이 :

화석연료 연소과정에선 이산화탄소CO2 뿐만 아니라 막대한 양의 이산화황SO2 또한 대기 중으로 유입된다. 대기중 이산화황은 일련의 화학반응을 거치며 황산H4SO2이 되는데, 이는 반응성이 높은 분자로써 쉽게 다른 기체분자와 뭉쳐 작은 입자를 형성 할 수 있다. 이를 ‘황산 에어로졸 sulfate aerosol‘이라 부른다. 황산 에어로졸은 그 크기가 0.1~1.0µm 정도인데, 이는 태양광 스펙트럼의 peak 파장대인 가시광선영역0.4~0.7µm과 일치한다.

지구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와 산소분자의 크기~0.3nm는 가시광선 파장에 비해 훨씬 작으며, 이런 상황에선 그 강도가 파장의 4제곱에 반비례하는 ∝\(1/\lambda^4\)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이 일어난다. 따라서 이땐 파장이 긴 붉은색 보단 짧은 파란색 대역에서 산란이 더 강하게 일어난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2. 반면 가시광선 파장과 비슷한 크기를 가지는 유전체에 대해선 미 산란Mie Scattering이 일어나는데, 이때 입자크기가 파장과 잘 일치 할 수록 산란강도는 높아진다. 이러한 물리적 이유 때문에, 가시광선 파장 정도의 크기를 가지는 황산 에어로졸은 태양빛을 우주로 강하게 산란 시킬 수 있다. 참고로 금성이 그리도 밝게 빛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황산 에어로졸 뿐만아니라, 그것을 씨앗삼아 자란 구름 또한 다른 일반적인 구름보다 강한 반사도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구름을 구성하는 물방울 크기는 20µm 수준인데, 이는 대략 가시광선 파장의 20배 수준이다. 그런데 황산 에어로졸을 씨앗삼아 자란 구름의 물방울 크기는 일반구름의 \(\frac{1}{10}\)수준으로, 가시광선 파장에 가깝다. 거기다 밀도까지 크기 때문에, 이들은 기존구름보다 훨씬 큰 반사도를 가진다. 사람들은 이렇게 에어로졸로 인해 구름의 반사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투미 효과 Twomey effect’라 부른다.

FIG#1에서 볼 수 있듯,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된 이산화황Sulphur dioxide이 태양빛을 산란시켜 만들어낸 냉각효과는 엄청나다. 이산화황의 냉각효과는 메탄의 온실효과를 완전히 상쇄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인간은 작고 자연은 거대하다’는 주문이 다시 떠오른다 : ‘..대체 인간은 여지껏 얼마나 많은 황을 대기 중에 배출했단 말인가?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 알기 위해선 먼저 자연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봐야한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폭발은 이를 위한 최적의 사례이다. 91년 피나투보 폭발은 약 17메가톤 =17Tg의 이산화황을 내뿜었다. 그리고 이는 이후 약 2년간 지구온도를 0.5도 가량 떨어뜨렸다 3 :

물론 이런 거대화산 폭발은 이산화황을 성층권까지 대거 밀어올려 넣기 때문에, 주로 대류권에 머무르는 화석연료 연소물과 비교하기엔 그 둘은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4.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류의 이산화황 배출은 엄청나다 :

FIG #3 | 연도별 전세계 이산화황 배출량

화산폭발은 화산재를 대기가 안정적인 성층권까지 밀어올려 넣는다. 따라서 같은양의 이산화황이라도, 화산재는 주로 대류권에 머무르는 화석연료 연소물보다 강한 냉각효과를 낸다. 하지만 인간이 내뿜은 이산화황은 화산폭발의 경우보다도 훨씬 많고, 이는 그것이 FIG#1에서 보여준 엄청난 냉각효과가 화석연료 연소의 결과라는걸 납득케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달리 표현해보면 좀 섬뜩해진다 : 우리 인류는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반사도를 낮추는 지구공학실험을 이미 지난 수십년 동안 수행 해왔다.

물론 의도한것은 아니었지만, 인류는 막대한량의 이산화황을 내뿜으며 지구를 식히는 실험을 해왔다. 2025년 현재 전세계 곳곳에선 반사율을 높여 지구를 식히려는 시도가 일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를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로 받아들인다. 또 그 중 많은 이들은 이것이 영화 [설국열차]와 같은 비극적 결말을 낳진 않을까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물론 지구공학에 대한 우려는 필자 또한 느끼고 있고, 관련 내용도 열심히 follow-up 하고 있다5. 하지만 ‘태양 가리기 프로젝트’를 ‘완전히 새로운 무엇’으로 여기는건 분명 오해다.

헌데 이산화황이 이미 지구냉각제로 쓰여왔다면, 앞으로 더 못 쓸 이유는 무엇인가? — 이산화황의 물리적 성질은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있어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그것의 화학적 성질은 많은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이다. 1952년 12월초 – 런던에서 약 5일간 지속된 스모그는 당시 영국정부 추산 4천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최근연구는 당시 사망자가 1만2천명에 이를것으로 추산한다. 런던 스모그의 원인은 당시 런던의 가정과 공장에서 난방 및 산업용으로 사용하던 황 함량이 높은 저급 석탄이었다. 이로인해 발생한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이 특정한 대기상태 속에 갇히며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유발했고, 그렇게 짧은 시간안에 막대한 사망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후 유럽 선진국들과 미국은 이산화황 배출에 강력한 규제를 가했고 대표적으로 미국의 대기청정법 Clean Air Act, CAA, 해당 지역의 이산화황 배출은 1980년 쯤 정점을 찍고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

FIG #4 | 국가별 이산화황 배출량

FIG#4는 ‘의도치않은 지구냉각실험’의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보여준다. 과거엔 유럽과 북미선진국이 대기오염에 적극 대응하며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온난화를 가속시켰다. 이후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2000년대에 들어서며 대기오염의 정점을 찍었는데,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이내 관련 법과 규제를 세우며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그 결과 지난 10여년간 PM2.5 미세먼지 60% 감축, 이산화황 70% 감축, 질소산화물 35% 감축 등의 성과를내며 전례없는 속도로 대기질을 개선시켜냈다. 이 또한 중국 공중보건의 큰 승리인 동시에 온난화 저지를 위한 노력엔 큰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극심한 지역은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South Asia 이다. 남아시아에는 지난 몇십년간 대기오염 영향으로 온도가 감소한 지역도 있으며, 이 지역에선 고온보다는 여전히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많다 :

다른 모든 나라들이 그랬듯, 인도의 대기오염도 멀지않은 미래에 정점을 찍고 감소 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로 인한 부담은 전보다 훨씬 더 할지도 모른다.

지구온도는 대략 1980년대 부터 선형적으로 증가해왔다. 1980년부터 2020년까지 대략 0.8도 증가했으니, 10년마다 0.2도 가량 오른셈이다. 그런데 2023년과 2024년 그 두해 동안, 지구온도는 무려 0.4도 가까이 올랐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으로 저층구름의 감소를 지목하고 있는데, 특히나 그들은 중국과 바다에서 감소한 이산화황의 영향을 추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FIG#4에서 최근 10여년간 중국이 이산화황을 급속히 감축하고 있단 사실을 확인했는데, 선박연료 규제를 통한 감축속도는 이보다 더 급격했다 :

FIG #6 | 국제 선박수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

해운과 조선에 관한 국제적 문제를 다루는 국제 해사기구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2020년 부터 선박연료에 대한 규제를 시행함으로써 대형선박이 내뿜는 황 배출량을 규제시행 1년만에 무려 70% 이상 감축해 냈다. FIG#6는 그 규제가 해상 대기의 오염물질을 얼마나 급격히 줄였는지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최근 지구온도의 급증이 저층구름 감소로 지구반사도가 기록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그 저층구름 감소가 주로 대기오염 저감 때문인지, 아니면 구름 피드백 때문인지는 여전히 잘 구분하지 못한다. 2024년에 발사된 NASA의 PACE 위성은 그 답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이던간에, 우리는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 있어 감기는 있었는지도 모를 존재일 수 있으나, 아픈 사람에게 있어 그것은 생명의 위협일 수 있다. 앞으로 중국과 바다와 인도를 비롯한 전세계의 대기는 더 깨끗해 질것이다. 그리고 더 더운 세상에 사는 인류에겐 그 타격이 이전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지금 당장 노력해야 위험을 가장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는 면에서, 기후문제는 빚문제와 비슷하다. 2006년 영국 정부의 의뢰로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이 작성한 스턴 보고서Stern Review의 내용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예측이었다. 해당 보고서는 당시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매년 전 세계 GDP의 1% 수준이며, 그 노력을 미루어 결국 기후위기를 직면하게 된다면 그 손실은 전 세계 GDP의 5-20% 수준에 될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징어게임에서 ‘한판 더’를 외치는 이들 처럼 화석연료를 태우는 잔치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우리 모두는 지구온도 상승을 온몸으로 선명히 느끼는 지점까지 오고 말았다.

  1. 지구상 포유류의 질랑분포를 추산한 2023년 PNAS 논문은 참으로 놀랍다. 인간의 질량과 그들이 기르는 가축의 질량을 더하면 총 10.2억톤 가량이다. 반면 육지와 해양의 모든 야생포유류를 합한 질량은 6천만톤 가량이다. 즉, 인간과 그들이 기르는 가축은 질량기준 지구상 모든 포유류의 94%를 차지한다. [^]
  2. 가시광선에서 파장이 가장 긴 부분의 색은 파란색이 아니라 보라색이다. 그럼에도 사람눈에 하늘이 보라가 아니라 파랑으로 보이는 이유는, 사람 시각세포원추세포, cone cell의 스펙트럼이 모든 가시광선 대역에서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잘 설명되어 있는 다음 영상을 참조 바란다 : <Why is the sky blue?> (2022, Fermilab) [^]
  3. 반사도가 높아지면 순수한 반사도 효과의 두배 정도 만큼의 온도가 떨어진다. 이는 water-vapor feedback 때문이다. 대기온도가 낮아지면 또는 높아지면 온실가스인 수증기량 또한 낮아지면서 또는 많아지면서 온도변화의 효과를 배가 시키는 것이다. 피나투보 폭발은 이런 feedback 효과가 행성수준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그리고 과학자들이 그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지를 확인 할 수 있는 일종의 시험대였다. 그리고 NASA의 과학자들은 피나투보 폭발 직후, 향후 수년간의 지구온도변화를 훌륭하게 예측해냈다. [^]
  4. 대류권에선 고도가 올라갈 수록 온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뜨거운 공기는 밀도가 낮기 때문에 위로 상승한다. 즉, 대류권에서는 말 그대로 공기들이 ‘대류convection‘ 하게 된다. 하지만 성층권에서는 오존층이 태양열을 흡수하며 항상 공기를 덥히고 있다. 비유하자면, 성층권엔 오촌증이라는 일종의 ‘열선’이 깔려있는 것이다. 때문에 성층권에선 고도가 올라갈 수록 온도가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성층권 아래엔 차가운 공기, 위엔 더운 공기가 있다. 즉, 무거운 공기는 아래에 있고 가벼운 공기는 위에 있으므로 대류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성층권으로 주입된 이산화황은 오랜시간 안정적으로 머무르며 반사효과를 보다 장기간에 걸쳐 발휘 할 수 있다.[^]
  5. 관련주제 추천영상 : <Should we reflect sunlight to cool the planet?> (2023, Vo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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