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희열의 표절논란이 있은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사건은 곧 가요계 전반으로 확산되었고, 잠들어 있던 수많은 표절논란이 재점화 되었다. 필자 또한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이것이 결코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많은 생각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례 몇가지를 알게되었다. 원작자의 동의하에 진행된 정당한 샘플링을 통해 탄생했을거라 생각했던 몇몇 노래가 실제 저작권 상에서는 2차 저작자의 순수 창작곡으로 등록되어 있던 것이다.
그 첫번째 사례는 드렁큰타이거의 <난 널 원해>이다. 사실, 이 노래가 Camp Lo의 <Black Connection> 반주를 그대로 가져다 쓴것이란걸 알게된건 수년전의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원곡1도 너무 좋아서 수년째 즐겨듣고 있다2. 헌데, 1년전 불거진 전방위적인 표절논란 속에서 우연히 <날 널 원해>의 작곡가가 ‘김성애 타이거jk의 모친’와 ‘DJ Shine’으로 등록 되어있단걸 알게되었다. 오랜동안 그것이 정당한 샘플링이라 여겼던 나에겐.. 그리고 오랜동안 드렁큰타이거를 사랑하고 즐겨들었던 나에겐 정말이지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두번째는 박진영의 <Kiss Me>이다. 이 노래는 아주 어렸을때 TV에서 본 이후로는 일부러 찾아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워낙 유명한지라 어떤 노래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이 곡이 기본적으로 스티비원더 <Superstition>의 반주를 그대로 깔아놓고 그 위에 새로운 멜로디와 가사를 얹은 노래라 알고 있었다. 더욱더 당연하게도 작곡자는 스티비원더라 표기되어있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Kiss Me>가 수록된 박진영 5집 CD 뒷면엔 ‘전체 작사/작곡/편곡 박진영’이라는 문구가 너무나도 당당하게 쓰여있다.

다행히도 원작자측에서 제때 클레임을 걸었는지, 지금은 저작권협회 사이트에 정확한 작곡자의 이름이 기재 되어있다.

세번째는 업타운 리더 정연준의 <반지>라는 노래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정연준과 Ann이 만나 결성한 ‘슬로우잼’이라는 혼성듀오의 2005년 앨범 ‘Midnight Love’에 수록된 곡이다. 나는 특히나 그 앨범의 <다가와>라는 곡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그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앨범전체를 한두번 들엇었는데, <반지>라는 노래는 당연히 2001년에 나온 Maxwell의 <Lifetime>의 번안곡 정도로 알고 있었다. 나는 데뷔 초기의 Maxwell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그 어떤 다른 설명도 필요없이 이 둘이 같은 노래임을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장연준 개인의 창작곡이라 등록되어있다.

참으로 괴로운점은 드렁큰타이거, 박진영, 장연준 모두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이란 사실이다. 그들의 음악은 내 삶의 자양분이요 일부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만든 노래가 아니었다는걸 알게되는 순간, 그리고 그것이 마치 그들 자신의 창작물인양 대중을 기만했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그것이 단 한번 일지라도, 그것은 그들을 감싸던 아우라의 빛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내가 그들에게 이중으로 실망하게 되는것은, 자신들의 표절행위에 대해 전혀 반성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치욕스러워 하지 않는것 같다는 사실이다. 최근 애드시런은 <Thinking Out Loud>라는 노래에 대한 긴 표절소송을 겪는 과정에서, 그것이 표절이라면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었다. 나는, 진정한 창작자라면 당연 애드시런과 같아야 한다 생각한다. 창작자에게 창작물은 자신 혹은 자식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베끼는 것, 그것이 들켜도 침묵하는거나 잡아때는것 — 그런것들을 보고있노라면 과연 그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적어도 그 팬들이 사랑하는것만큼이나마 사랑하는지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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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Black Connection> 또한 <Love Is The Answer>라는 노래를 샘플링 했다. 물론 합법적으로. <Black Connection> 유튜브영상 아래에 보면 총 6명의 Writers가 명기되어있는데, 이 중 Luigi와 Hugo가 원곡을 부른 ‘The Stylistic’의 프로듀서이다.[^]
- <Black Connection>이 수록된 Camp lo의 앨범 ‘Uptown Saturday Night’은 명반이다. 나는 <Black Connection> 말고도 <Luchini>와 <Black Nostaljack>을 특히나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