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죄인가?

유튜브 채널 ‘세바시’에서 두개의 영상을 보았다 :

두번째 영상은 약 70만, 첫번째는 무려 370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두 영상 모두 청자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필자 또한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이들은 ‘잠’이라는 것을 어떻게 여기느냐는 부분에서 정면으로 상충하고 있었다.

김경일 교수님은 강연 중, 한국사람이 유독 ‘잠을 죄악시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반면 빨간모자 선생님은 ‘유튜브 초기에는 학원에서 2~3시간씩 자기도 했고, 지금도 이틀에 한번씩 잘때가 있다’는 본인의 경험과 함께 한계점까지 밀어부치는 극한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것이 죄악시하는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빨간모자 선생님에게 있어 잠이란 ‘원하는바를 이루기 위해 포기해야할 1순위’처럼 보였다. 나는 김경일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빨간모자 선생님의 말씀은 그것을 무의식/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누군가에겐 굉장한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느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수많은 ‘영웅담’을 들으며 자랐다. 고3 시절, 스트레스 때문인지 어깨가 너무아파 찾은 한의원에서는 믿어야하나 싶은 일화를 들은적이 있다 : 나를 진찰해주신 고령의 한의사 선생님은 본인이 대입시험 전 일주일 동안 밤을 샛고, 시험당일은 답안지에 마지막 마킹을 하는 순간 쓰러져서 119에 실려갔다는 것이다.

공부 9단 오기 10단’이란 책을 낸 – 미국 명문대 10곳에서 합격통보를 받았다는 민사고 출신 박원희씨를 다룬 다큐멘터리 속에선, 그녀가 정말 놀랄정도로 적게 잔다고 말하는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제대로 공부하려면 당연히 저렇게 잠을 줄여야만 하는 줄 알았다. 미스코리아 진 출신에 하버드를 나왔다는 금나나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간 그녀가 쓴 책을 읽은적이 있는데, 하버드 중간고사기간에는 하도 잠을 못자서 치아가 흔들릴정도 였다고 했다.

‘세계의 명문대학’이라는 유명 다큐멘터리에서는 해질때 도서관에 들어가서 해뜰때 나오는 하버드생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학창시절에 그 영상을 보고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밤을 세야겠다는 욕구가 달아 올랐더렜다. 아마 그것도 금나나씨의 책에서 봤던것 같은데, 하버드 의대에서는 학생들이 하도 레드불을 마시며 밤을 센 나머지, 소변에서 피가 나오도록 공부하는 건 보통일이라 했다.

필자는 더 하라면 끝도 없이 읊을수 있을 이런 영웅담들을 들으며 자랐다. 무언가를 제대로 하려면 당연히 잠은 줄여야 하는 것이고, 시험기간에는 어제 2시간밖에 안잤다느니 밤을 셋다는니 하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할 줄 알아야 되는 건줄 알았다. 빨간모자 선생님의 일화는 그런 ‘영웅담’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나는 잠을 줄이려 노력했다. 필사적으로 했다. 하지만 줄어든 수면시간만큼의 피로는 필연적으로 찾아왔고, 낮에는 병든 병아리마냥 졸고 저녁에 다시 밤을 지세는 날을 반복하다보니 생활패턴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결국 만성적인 수면장애에 중증 우울증까지 겪었고, 여러가지 수면유도제나 수면제를 복용하며 치료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사람의 몸은 참 신비롭다고 느꼈다. 한두시간만 늦게자거나 어떤 이유로건 수면시간을 박탈당했다면, 몸은 기필코 그 부족분을 메웠다. 그렇게 알게되었다 — 내 몸에 맞는 적정수면시간은 7~8시간 정도라는 것을.

물론, 7~8시간의 수면이 사치인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들은 6시간 수면으로도 피로하지 않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그 이상의 잠은 사치 일 것이다. 드물긴하지만 심지어 3~4시간만 자도 되는 경우도 있는데, 과학자들은 놀랍게도 그들은 일반사람들과 유전적인 차원에서 다르다는걸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그들을 ‘natural short sleeper’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유전자로는 DEC2, ADRB1, NPSR1가 있다.

앞서 언급한 직접적 경험을 통해, 필자는 그런 극단적인 ‘short sleeper’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 또한 유전적으로 정해진 적정수면시간이 있는것은 아닌가 하고 느낀다. 물론, 아직은 사람의 유전자를 스캔하여 ‘당신의 적정수면시간은 몇시간입니다’하고 진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본인의 적정수면’을 경험적으로 아는것은 매우 중요하며, 그래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후 있다는것이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내용이다.

혹시나 이글을 중고등학생이 읽는다면, 잠을 줄여서 뭘 했다는 ‘영웅담’은 주의해서 듣길 바란다. 분명 과도하게 자는것도 문제이지만, 줄여지지 않는 것을 줄이려 하다간 몸과 마음을 다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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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duging

잘 읽었습니다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