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목적 보상금 제도이하 수목보’라는게 있다. 대학강의에 사용되는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고 한다1. 나는 몇년전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이하 문저협 로 부터 내 유튜브 영상들이 대학강의에서 사용된 댓가로 저작권을 지급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 계기로 수목보 제도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내 영상이 교육현상에서 적지않게 쓰인다는걸 알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 DMT PARK 영상을 학교에서 틀어주겠다는 댓글도 많이 봤고, 내 영상 주소로 검색해보면 학부 수업 게시판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감사했다. 열매를 맺엇으나 어떤 새도 찾아오지 않는 나무는 슬플것이다. 나는, 나의 과실을 많은 사람들이 써준다는데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억울했다.
좋은 수업자료를 만드는건 쉽지 않다. 그런데 교육기관에서 어떠한 대가도 지급하지 않고 나의 창작물을 가져다 쓴다는건, 그걸 만든 사람으로선 억울한 일이었다. 만성적자 속에서 내 살길을 찾으려 허덕이는 나의 상황은 그런 마음을 더 증폭시켰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했던 보상금 지급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곧, 문저협이 자신들의 책임을 얼마나 잘 지고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으로 옮겨갔다.
이 포스팅에선 수목보를 지급하는 문저협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부분들 몇가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보상금 지급이 너무 늦다. 나는 여지껏 보상금을 총 2번 지급받았는데, 두번째 받은 보상금 내역엔 내 영상이 언제 쓰였는지가 명시되어 있었다. 2023년 어느 수업에서 사용된 건에 대한 보상금은 2025년 중순이 지나서야 나에게 지급되었다.
저작권료 정산과 지급에 보통 어느정도 처리기간이 필요한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한 공식에 의해 기계적으로 산출되는 저작권료 지급에 2년 이상이 걸린단 사실은, 나로선 이해 할 수 없는 늑장 행정이었다. ..그런데 보상금 지급이 그렇게 늦다면 미지급 보상금이 상당히 쌓여있을것 같다. 과연 그들은 지급해야할 보상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걸까? —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작가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경사를 계기로 드러나게 되었다.
문저협은 지난 10년간 교과서에 실린 작품에 대해 100억원이 넘는 저작권료를 미지급 했고, 이 사실은 2024년의 한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2 3. 한강작가의 작품은 교과서에 11건 쓰였으나 지급된 저작권료는 0원 이었고, 문저협은 ‘연락처를 몰라 안 줬다’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기자출신의 어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10번 이상 실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되었고, 문저협은 이런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짓말까지 했다4.
비교적 최근 불거진 그런 논란은 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봐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은데, 지급이 늦다는것만이 유일한 문제인건 아닌듯 하다. 내가 느낀 수목보 제도의 다른 한가지 문제는 ‘불투명성’이다. 앞서 언급한 기자출신 작가 장강명씨는, 자신의 SNS을 통해 ‘문저협 사이트에 가서 찾아봐도 저작권 현황이 다 나오는건 아닌것 같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다. 문저협 홈페이지에는 ‘보상금을 받아가세요!’라며 문을 활짝 열어놓는것 처럼 말하지만 :

한국문화예술저작권협회 홈페이지 ··· 마치 보상금 지급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놓은것 같지만, 막상 검색해보면 분명 등록되어있는 저작물 조차 나오질 않는다.
분명 저작물번호도 있고5 보상금이 지급된 이력도 있는 내 영상은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다. 나오질 않으니 그것과 관련한 어떤 현황도 알 길이 없고, 결국 나는 교육현장에서의 내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다는 문저협의 깜깜이식 처리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헌데 불투명 한것은 저작물 현황 뿐만이 아니다. 저작물 사용을 위한 신청방법도 불투명하다.
나는 내 저작권을 스스로 지킬 방법을 고민하던 중, 유튜브 영상 고정댓글로 수목보의 존재를 알리기로 했다. 헌데 그러려면 쉬운 신청을 위해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할텐데, 그 조차 어려웠다. 나는 몇시간을 뒤졌지만, 수목보를 어디서 어떻게 신청한다는건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예를들어 문체부에선 수목보 제도를 홍보한다는 웹페이지를 별로도 만들어 놨는데 :

여기엔 수목보의 목적/필요성/기준/분배방식/혜외사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신청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나는 고정댓글에 문저협에 있는 저작물 이용절차를 설명한 웹페이지 링크를 걸어놓긴 했지만, 솔직히 나조차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정상적으로 신청되는건지 모르겠다. 가능한 최대한 못알아보게 쓰고, 또 가능한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어서 신청의지를 봉쇄하는것이 수목보 제도의 한가지 목표인것 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창작자들이 좋은 글, 좋은 노래,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길 기대하겠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창작자는 제대로된 창작행위를 이어갈 수 없다. 특히나 글/노래/영화 같은 것들은 복제와 배포가 쉽다. 때문에 강고한 보호제도가 없다면 창작자는 자신이 낳은 산물을 무방비로 뺏길 수 밖에 없다6. 그리고 그 손해는 창작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유롭고 풍성한 창작활동은 사회의 자양분이기도 하다. 결국 창작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는 그만큼 메마를 수 밖에 없다.
■
-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를 아십니까?] (2017, 대한출판문화협회) [^]
- [교과서 실리고도 못 받은 저작권료 100억 원…관리단체 바뀌나] (2025, EBS뉴스) [^]
-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실제 미분배 보상금은 25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 [한강 작가의 저작권료도 지급하지 않은 문저협, 문체부의 책임이 크다] (2024-11-07, 대한출판문화협회) [^]
- [한강 작품 교과서에 11건 쓰였지만, 지급된 저작권료는 ‘0원’… “연락처 몰라 안 줬다”] (2024-10-17, 한국일보) / [“한강 작품 사용한 적 없다” 거짓말까지 한 문저협… ‘깜깜이’ 저작권 보상] (2024-10-24, 한국일보) [^]
- [저작물명/저작물번호]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을 이해해보자 (이과용) /43947563, 4393939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을 이해해보자, 43950370] ··· 하나의 저작물에 두개의 번호를 붙여놓은것은 저작물에 대한 현황관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드러내는듯 하다. 내 생각엔 ‘이과용’과 ‘문과용’ 영상에 다른 번호를 메겨놓고 등록할때는 같은 이름/같은 URL을 써놓은것이 아닌가 싶다.[^]
- 나는 서울대 물리학과 최무영 교수님이 ‘대학 전공교재 가격이 말도 안되게 싸다’라며 했던 지적을 기억한다. 교과서 집필엔 삶을 갈아넣는 노력과 헌신이 필요한데, 대학교재는 수요가 많지 않아서 그 가치에 합당한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 하지만 대학교재는, 이전엔 주로 학교앞 복사점에서 수없이 카피되었고 지금은 PDF 파일로 아무렇게나 돌아다닌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가장 큰 문제는 그 행위자체가 불법이란 사실이 아니다. 불법복제와 배포는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막음으로써 더 좋은 창작물이 나오는것을 저해한다. 더 나아가, 그런 상황을 알고 있는 창작자들은 자신이 보호받지 못할 길로 가지 않는다. 결국 그 모든 여파는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최근,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대한민국엔 한글로된 양자장론 교과서가 단 한권도 없음을 지적한바 있다. 헌데 과연, 그런 전공교재 집필이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졌다면 어떻까? 양자장론을 이해하고 있는 누군가가 일찌감치 쓰지 않았을까? [^]